리영희 프리즘(2010) 보고

리영희 프리즘이라는 책을 받아들기 전까지 난 부끄럽게도 그가 누군지조차 몰랐다.
과거의, 불과 1년 전의 나는 '정치적인 것 따위'는 모르는 과학도였다. 그러나 이제 난 사회를 보기 시작했고, 그것을 보는 걸음마 같은 것을 떼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리영희 선생님의 저서는 꼭 구해 보아야겠다.)

잘 모르지만, 책에서는 리영희 선생님을 '사상의 은사'라 표현하며, 각각 주제에 맞추어(?) 그를 녹여낸다. 리영희에 관한 열 사람의 글이 모여있는 책이 리영희 프리즘이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읽은 바로는 안수찬 기자님, 한윤형님, 김현진님께서 쓰신 글이 좋았다. 다 책의 뒷부분에 포진해있다. 특히 김현진님의 것은 글 자체가 좋았다기보다 리영희 선생님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더욱 볼만한 것 같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그 인터뷰 내용을 보고 도서관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그냥 별 내용은 아니었다.
그저,

"변혁은 반드시 옵니다. 반드시 와요. 프랜시스 후쿠야마라는 역사학자가 소련이 무너졌을 때, 'End of History'라고 말했습니다. '역사의 종언'이라는 것인데, 공산주의자가 패배하고 자본주의가 승리했다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이고 사람들은 다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 20년 전에 나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때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결에서 공산주의가 패배하고 미국식 자본주의가 영원할 것이다, 하고 한국 사람들도 믿었어요. 그리고 미국식 자본주의를 거의 맹신했던 것이에요. 나는 그때 동구권이 무너진 것처럼 다음에는 미국이 그렇게 될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생존경쟁과 야만적이고 비도덕적인 사회 분위기, 자본과 물질 만능주의와 경쟁 지상주의가 점점 심해진 것은 무조건 미국을 따라한 탓이 큽니다. 우리나라가 해방된 이후에 미국에 가서 교육을 받고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잘못 배워 가지고 온 것이죠. 자신들이 받은 혜택만 생각하고 미국적인 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사회라는 몰이해를 가지고, 거의 지상낙원인 것처럼 생각한 것이죠. 마치 숭배와도 같이 미국을 따라 하려 했지만, 사회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고 개인의 행복이나 복지가 모조리 개인의 책임이 되는 사회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미국식 자본주의였던 거예요." - 리영희 프리즘(2010, p.216-217)

그냥 이 부분이었다. 여기서부터 나의 눈물이 시작되었다. 내가 만약 저 구절을 집에서 처음 읽었다면, 나는 통곡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근거도 없고 통상적으로는 (나에게) 신뢰가 가지 않는 말이지만(나는 리영희 선생님을 잘 모르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학교 도서관 안에서 찔찔 짜며 나는 이어지는 인터뷰를 다 읽어낸 후에야 일어날 수 있었다.(칸막이가 없었으면, 나는 앞으로 다른 곳에 가서 공부해야 할지도...)

집에 돌아오며 나의 눈물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자본주의가 무너진다는 것에 대한 환희인 것일까. 아니면 두려움? 변화될 미래 사회 혹은 나에 대한 믿음? 어느 것도, 답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다 떠오른 생각이 '나는 지금까지 1차원의 세계에서 살고 사유했다면, 저 글을 읽고 나서는 2차원을 맛본 기분 때문이 아니었을까'다. 어쩌면 이 사회 안에서 '잉여인간'인 채로 사유하고, 살아갈 내가 새로운 시각을 맛보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나도 모르게 하염없이 울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마치, 7, 80년대에 리영희 선생님의 처음 읽었던 우리의 아버지들같은 기분을 나는 느꼈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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